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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DO_작품활동/개인 작업물17

나는 너를 만나서 조금도 행복해. 💗 내게는 어릴 적 함께 자란 강아지가 있었다. 그 강아지의 견종은 포메라니안으로 이름은 미나라고 한다. 털갈이 시기에 아끼던 옷들에 털이 붙어도 뭐가 좋다고 꼭 안고 다니는 그런 친구였다. 그 강아지는 큰 어머니가 임신을 했을 때 산모에게 좋지 않다며 어른들의 입김에 보내졌다. 가끔 집에 오는 큰 집 식구들은 경사가 났다며 곧 태어날 아이를 축복했지만 나는 며칠 동안 허공만 응시했다. 살면서 가장 가까운 친구를 하룻밤 사이에 잃어버린 어린 나의 마음은 어른들의 자인함을 고스란히 느끼고야 말았다. 큰 아버지께서는 내게 새를 사준다고 말했지만 나는 여태까지 새를 키운 적이 없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열일곱. 내가 학생인 나이에 엄마가 일하는 곳에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강아.. 2024. 5. 7.
일러스트 : 미련한 사람이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미련한 사람을 보았다. 어리석고 둔한 그런 사람. 그의 곁에 있으면 온몸에 털이 서서 저절로 피하게 되었다. 마치 그가 더러운 것 마냥. 그는 미약하다. 아주 작고 조잡하다. 그들과 함께 지낸 시간과 마주할 나날에 헛구역질이 밀려온다. 나는 그런 사람 몇몇을 안다. 비슷한 냄새가 난다. 코 끝을 찌르는 비린 냄새가 난다. 그런데 그런 냄새가 어찌 나를 무너지게 했을까. 내게는 더 좋은 사람들이 이미 있는데 왜 나는 무너질까. 계속 잠에 들지 않아 어지럽다. 옭아매는 기분이 들어 나를 둘러싼 옷도 없이 앞으로만 걸었는데 왜 다시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까.  정교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과 달리 형편없이 마무리된다. 떨어지는 낙엽이 내게 닿기만 해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나간.. 2024. 5. 4.
일러스트 : 사사로이 섞이지 않고 바르고 곧아 🦋 사사로이 섞이지 않고 바르고 곧아.그가 내게 남산 위에 보이는 타워를 이미지에 담아 보내며 자신과 함께 그려달라고 말했다. 그의 곁에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는 행운을 가진 가까이 있는 천사라고 한다. 나는 그동안 그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아서 멀리하기도 하고 자꾸만 거슬리는 행동에 마음이 쓰이고는 했는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알겠다.  나는 사사로이 섞이지 않고 바르고 곧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내게 대화 하고자 했을 때 순순히 그에게 응했다는 건. 그 역시도 내게 사사로이 섞이지 않고 바르고 곧아서다. 당신의 마음을 알아서.  사사로이 섞이지 않고 바르고 곧은 나와 그의 마음이 내게는 소중해.  그가 좋아하는 초록색 하늘과 봄과 여름 사이 푸릇함. 기댈 수 있는 큰 나무. 잠시 쉬어가는 .. 2024. 4. 25.
일러스트 : 죽음을 기도합니다. 그가 내게 쌓인 돌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여러 번 숙여 기도를 했지만 나는 한 번 기도를 마치고는 "어차피 들어주지도 않는데 뭘."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내가 떠난 자리에 한 여자가 울며 기도를 했다. "저를 죽여주세요." 여자의 작은 소리에 눈을 돌려 여자를 보니. 하얗고 아름다웠다.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이들의 행복을 빌었지만 나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았으면 했다. 내가 바라보는 저 여자가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그저 사람들이 돌을 쌓아 헛된 소망이나 절실한 마음을 간직하는 정도로만 끝났으면 한다. 여자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기에. 죽음을 기도하는 여자는 아름다웠지만 간절하고 슬퍼 보였다. 어쩌면 여자가 간절히 바라는 바는 죽음이겠지만 쌓인 돌은 간곡한 여자를 그저 .. 2024. 4. 22.
일러스트 : 불안하고 아파요. 몸이 아프다. 코가 막혀 답답함에 공기를 마시지 못해 어지럽고 아슬아슬해. 내가 아는 이 감각이 말한다. 내가 지금 불안하다고. 울부짖어서 내려놓고 싶지만 막상 마음을 먹어도 눈물은 잠잠하다. 토할 것 같은 불안감. 잠깐 쉬어가는 것도 맞지. 그동안 나를 살필 시간이 없었나.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 것을 넘겨 일상을 지속했더니 몸이 아프다. 약해빠져서는 남들이 다 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조차 버겁게 느낀다. 잘하고 있으면서. 하루를 잘 지내고 있으면서 말이다. 나의 마음속 나무는 너무나도 예쁘게 봄을 맞아서 나는 그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마음은 불안하고 몸은 감기에 걸려 아프다. 그렇지만 불안한 감정은 당연하게 오고 가는 감정이며 몸이 아픈 건 약 먹고 잘 쉬면 나아진다. 나는 그것을 안다. 불.. 2024. 4. 22.
일러스트 : 고통스럽다 일러스트 : 고통스럽다 이 소녀는 고통스럽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이 소녀는 분명하게 고통스럽다. 자신의 마음이 자신을 괴롭히고 그런 자신에게도 고통스럽다. 소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발을 꼬았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거 같지만 남들이 보기엔 소녀는 가던 길을 멈춘 거뿐이다. 길을 따라서 다시 일어나서 걸으면 되는 데 그게 어려워 저런 자세로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일러스트를 그린 나의 생각 :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렸다. 잠을 분명히 잤는데 제대로 된 잠에 빠진 게 아니라 기억이 삭제되는 거처럼 잠에 든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잠에 안 들고 갑자기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는 거처럼 잠을 자고 일어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상이 원활하게.. 2021. 12. 12.
일러스트 : 무능한 내 옆에 너가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나의 생각 : 나는 무능하다. 그런데도 내 옆을 지키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이 강아지는 내가 무능하고 방치해도 그저 내 옆을 지킨다. 분명 작은 아이인데 주저앉은 나에겐 이 아이가 커다란 강아지로 보인다. 길이 없던 내 마음속에서 이 강아지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강아지가 나타나니 길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없어 자책한다. 보여주는 길을 걷는 거 조차 이렇게 힘이 드는데 그런데도 나의 곁을 지켜주고 머물러준다. 2021. 10. 5.
일러스트 : 나의 죽음을 바라보는 나 일러스트를 그린 나의 생각 : 죽음이 찾아올 것만 같을 때 다른 사람들은 죽은 후 남아 있는 사람들을 걱정하겠지만 나는 죽은 나를 바라보는 나를 걱정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다. 죽음이 없다면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살아가기 더 힘들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죽음이 나에게 다가올 때 나는 자꾸만 나를 바라보는 내가 아른거려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끄적끄적 내 생각을 그리다 보니까 어딘가 무서운 느낌이 들면서도 편안해 보이는 죽음과 그런 죽음을 바라보는 아픈 내가 보인다. 2021. 9. 27.
일러스트 : 나를 두고 떠나가요 일러스트를 그린 나의 생각 : 소중한 사람이 떠나는 건 나도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사람이 만나서 예상할 수 없는 이별을 겪고 나면 조금 더 성숙해지고 덤덤해질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매번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어렵다. 떠나는 이가 바라는 사랑을 주기엔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 나를 떠나는 사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내가 손을 내밀어도 떠나는 이를 붙잡을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모든 것을 알 고 있었다. 곧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부터 나를 떠나고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거까지 말이다. 가슴이 아프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힘들었던 기억을 되짚어본다.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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