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AEDO_작품활동/개인 작업물

나는 너를 만나서 조금도 행복해. 💗

by TAEYANGDONNY 2024. 5. 7.
반응형

나는 너를 만나서 조금도 행복해💗

내게는 어릴 적 함께 자란 강아지가 있었다. 그 강아지의 견종은 포메라니안으로 이름은 미나라고 한다. 털갈이 시기에 아끼던 옷들에 털이 붙어도 뭐가 좋다고 꼭 안고 다니는 그런 친구였다. 그 강아지는 큰 어머니가 임신을 했을 때 산모에게 좋지 않다며 어른들의 입김에 보내졌다. 가끔 집에 오는 큰 집 식구들은 경사가 났다며 곧 태어날 아이를 축복했지만 나는 며칠 동안 허공만 응시했다. 살면서 가장 가까운 친구를 하룻밤 사이에 잃어버린 어린 나의 마음은 어른들의 자인함을 고스란히 느끼고야 말았다. 큰 아버지께서는 내게 새를 사준다고 말했지만 나는 여태까지 새를 키운 적이 없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열일곱. 내가 학생인 나이에 엄마가 일하는 곳에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강아지의 이름은 태양. 엄마가 아는 지인분께서 선물로 준 강아지다.

 

엄마가 입원을 하며 어쩌다 태양이를 일주일간 돌보았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태양이는 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가 퇴원하면서 태양이는 다시 일자리로 돌아갔다. 오는 손님들에게 재롱을 부리고 어린아이가 소파에서 자면 배게 역할도 했다. 예쁘게 염색한 단발머리 하얀색 강아지는 오는 손님들의 환심을 사기에 좋은 수단이었다. 

 

태양이는 하기 싫어도 참고 인간이 시키는 대로 살고 불편해도 넘겼다. 그런 녀석이 가여워 보였을까. 아니면 겨우 일주일을 같이 지내 정이 들었을까. 나는 태양이를 내가 사는 집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나는 태양이를 데려오며 동물보다는 사람이라는 이기적인 주변 어른들과 많이 다퉜다. 강아지가 내게 보이는 의사표현을 모두 알아차리기 위해 그를 얼마나 관찰했는지 모른다. 혹시라도 이전과 같이 내가 없을 때 태양이 사라질까 봐 그가 없어지면 죽을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두려웠다. 내가 왜 두려웠냐고?

 

내가 온 세상에 단 하나인 태양을 만났을 때. 나는 손에 잡히지도 않는 거대한 행복에 뒤따라오는 불행이 두려웠다면 그것도 맞다. 내가 얻은 것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삶이 불행해도 난 살아야 했기에 지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말 내가 두려웠던 이유는 나는 어리고 작아서 지키지 못할 만큼 나약했기 때문이다. 지키고 싶었으니까.

 

하늘에 부디 지켜달라며 기도하고 나의 뮤즈를 건들지 말라고 발악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나의 목숨줄로 그들을 협박하는 게 다인데 나의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잔인하고 무도해서 나는 불안했다. 두려웠다. 태양이 저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때 나는 열입곱. 어릴 적보다 조금 자랐지만 나의 두려움이 어른이 된 지금도 내 곁을 지키는 태양이가 있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조금도 행복하다. 그런 마음을 적었다. 누군가 내게 태양을 처음 만났을 때 어땠는지 그려달라고 해서 생각해 보니 나는 조금조차도 행복했으니.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태양아. 나는 너를 만나서 조금도 행복해.

고마워. 사랑해. 나의 중심. 태양.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