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를 독학하고 시간이 조금 흘렀다. 처음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건 7월이고 3개월 정도가 흘렀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내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글을 적을 때는 생각이 사라진다. 적는 글에 몰두해서 내가 괜찮아진 거 같다. 그래서 내가 겪은 일들에 대한 위로를 다른 사람에게도 해주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영상을 만드는 게 좋아서 앞으로는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영상도 올리고 싶다.
나는 계속 참고 참아서 소리를 내어서 우는 방법을 잃어버리고 마음에 알 이배겨도 참았다. 참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가리고 입을 막으면 되는 일이다. 어려운 건 내가 고장 나는 것을 알면서도 참으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방치하는 거다. 그걸 알고도 그랬으니 어쩌면 내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한 시간을 자고 일상을 생활해도 멀쩡하게만 느껴졌다. 잠이라는 게 정말 필요한 걸까 싶은데 결국 나는 픽하고 쓰러져버렸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20시간 가까이 잠을 자고 일어난 거 같았다. 내가 사람이라 잠을 자긴 해야 했지만 기억이 사라지듯 잠에 들고 또 며칠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고통스럽다고 생각할지 몰랐다. 잠이라는 게 사람을 고통스럽게도 할 수 있는 거구나.
상담을 했다. 상담사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어떻게 정리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내가 답했다. "아무런 감정을 쓰지 않고 더이상 기쁘지도 슬프지도 아프지도 화나지도 않는 상태가 되는 거예요. 그 사람 얼굴을 보고 가까이 있어도 괜찮을 수 있는 거요." 그리고 내게 상담사는 이렇게 말했다. "가족도 정리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제가 생각한 정리와는 다른 정리를 말하시는 거 같군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고 상담사는 "태도씨는 그들에게 많이 상처 받았구나."라고 속삭이듯 말을 던졌다. 그 말을 듣고 내 눈에서는 물방울이 생기더니 결국 흘러내렸다.
UXUI를 가르치는 교수가 인간은 일회용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어떤 스승보다 잠깐이지만 그 교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내가 필요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내가 정말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학교 수업을 듣기만 바빴다. 그런 내게 인간이 일회용이라는 말은 단비같았다. 인간은 분명 일회용이다. 다음 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게임처럼 목숨이 3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번 사는 인생이라는 문구는 수도 없이 많이 봤다. 그래 맞다 인간은 일회용.
불안이 나를 덮치면 나는 내 어깨에 양손을 엇갈리게 한 후 토닥인다. 계속 토닥토닥토닥. 또는 오른손을 가슴 중앙에 올리고 토닥토닥토닥. 그러면서 입 밖으로 말을 내보낸다. 괜찮아. 괜찮을거야. 괜찮다. 그렇게 조금 숨을 돌린 후 다시 나를 마주하면 금방이라도 불안이 나를 먹어버릴 거 같지만 애써 나를 위로해본다.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멀리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너 탓이야. 너가 잘 못한 거야. 그리고 나는 그 소리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었다. 내 탓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니지 이상하게도 내 속은 이미 죄책감이 휩쓸고 지나가서 남은 잔해에 망가져있었다. 분명 겉으로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아는데도 이미 받은 손가락질이 나를 후비고는 지나갔다. 그런 자책감이 내게 남아있어서 또 말해주고 싶었다. 그 무엇도 네 탓이 아니야 그러니 너무 자책 말아라.
가끔 일이 커지거나 후회가 남을 때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 인생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꼬였는지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이 드는 날 이 글을 적었다. 애써 밝은 척 글을 적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적고 싶은 문구를 그대로 넣고 싶었다.
내가 지금 모든 일을 내려놓고서 잠시 쉰다고 해도 아무도 나를 탓할 수 없다. 그러니 쉬고 싶을 때는 나를 위해서 잠시 많은 것을 내려놓고서 나를 돌아보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어쩌면 나를 탓할까 봐 모든 일을 가져가려고 하다가 내가 탓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가끔 길을 지나가다 내 시야를 사람이 가리면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한다. 엘레베이터를 같이 탄 사람이 나보다 아래층에서 내리면 별로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버스를 탄 아이가 시끄럽게 소리를 내면 가정교육에 대한 생각도 하고 나이를 먹은 할머니가 산책 중인 내 반려견에게 좋지 못한 관심을 보이면 이래서 나이 든 사람들은 그렇지 하고 치부해버리기도 하는 나다. 이런 내 마음을 들은 그녀가 내게 그건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다. 그렇다고 행동까지 이어지지 않았으니 된 거라며 내게 너무나도 당연한 마음을 죄스러워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차 했던 거 같다.
그래서 내가 이번 캘리그라피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말은 불안하고 우울해서 내 글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도 같은 불안과 우울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해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 곁에 내가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TAEDO_일상 > 캘리그라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캘리그라피 : 나보다 더 난리치는 사람 (32) | 2021.11.02 |
---|---|
캘리그라피 연습하기 : 필압, 속도, 농담 With_ 다이소 붓 (21) | 2021.10.31 |
캘리그라피 : 정답은 없지만 길을 알려주세요 (32) | 2021.10.27 |
캘리그라피 : 죄책감과 싸우지마 이건 네 탓이 아니야 (24) | 2021.10.27 |
캘리그라피 적기 : 너에게 하고 싶은 말 (42) | 2021.10.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