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 사람은 자랄수록 어려진다.
결혼에 대한 말이 나왔다. 같이 걷고 있던 삼촌은 노총각인데 몇 년 후에는 배불뚝이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장난 삼아 삼촌에게 "삼촌은 이제 늙었어."라고 말하자 삼촌이 대답하길 "나는 이제 막 태어났는데?"라며 전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서 "나는 이제 어른이 되어가고 있고 점점 더 어려질 거야."라며 나를 놀라게 했다. 삼촌은 한창인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다가 차 사고가 나서 결혼을 앞둔 아이를 가진 모델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앨범 속 어딘가에서 그와 찍은 사진도 본 적이 있다.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깨어나 잘 걷지도 못하고 말도 어눌해서 친구도 모두 잃었고 사람들도 믿지 못했다. 삼촌이 후천적으로 얻은 지적장애는 삼촌을 어린아이처럼 만들었다. 삼촌은 그래서 계속 어른이 되는 중이라고 한다. 삼촌은 내게 설명했다. "나는 조금씩 잘 걷기 시작하고 말도 좀처럼 어눌하지도 않아. 그래서 나는 이제 막 태어난 것과 다름이 없어." 나는 삼촌이 하는 말에 놀라고 말았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들로 나는 여러 생각을 했다. 나는 놀란 내색조차도 하지 않았지만 삼촌은 내게 계속 얘기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나는 더 어려질 거야." 나이 든 할머니가 아이같이 보일 때가 있는 거처럼 말이다. 삼촌은 인생을 나이를 먹는 것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는 걸 내게 알렸다. 나도 50대에 접어들면 막 태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60대를 바라보면 어려진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을 배우고 또 느끼고 경험하다가 비로소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나이는 숫자일 뿐 나를 남들이 사는 나이로만 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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