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다. 나는 잘 참는 성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린 나는 많은 것을 눈감았고 또 참고 이해하는 척 합리화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게 이기적이라고 본인만 안다고 할 때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남을 먼저 챙기는 아버지 밑에서 내 것을 챙기지 못했고 정작 돌아보니 남들은 자신의 것을 충분히 챙기고 있었다. 빼앗긴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은 바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오늘날의 그런 사람을 호구라고 부른다. 내가 자라고 나서 내 아버지는 베풀었던 만큼 돌려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정보다는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로부터 지친 모양이다. 그런 걸 옆에서 보고 있으니 아버지가 가엽게 느껴졌냐고?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옆에 있는 딸들도 결혼을 약속했던 아내도 챙기지 못하고 남을 챙기다가 가족들을 보살피지 못한 어쩌면 무능력한 그런 가장이었다.
물론 나의 아버지는 귀여운 부분이 있고 단호하지만 딸들과 친구처럼 지내고자하는 그런 아버지셨다. 인내와 가족에 대한 끈끈함을 알려주셨다. 하지만 나는 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무작정 내가 참아서 돌아가는 가정은 만들고 싶지 않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다. 아내를 집에만 가두는 남편에게 아내가 자신의 시간을 요구하지 못하고 무조건 참았다. 참는 이유는 자신만 참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서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괜찮다는데 정작 본인은 모든 것에서 제외하고 말했다. 또 정말 중요한 건 자신이 괜찮아야 한다는 걸 아내는 알지 못했다. 안타까웠지만 나는 보기만 할 뿐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적었다. 혹시라도 미래의 내 남편이 나를 계속 참도록 한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계속 참았더니 만만하냐 적당히 넘어가 줄 때 그만해라라고 말이다.
'TAEDO_일상 > 캘리그라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나무 사진과 함께 캘리그라피 적기 :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16) | 2021.10.24 |
---|---|
오늘의 캘리그라피 : 내가 부족하고 너에게 소홀했다 (28) | 2021.10.24 |
오늘의 캘리그라피 : 휴식이 필요해 (28) | 2021.10.19 |
오늘의 캘리그라피 : 널 생각하는 내 마음과 생각이 작아졌다 (12) | 2021.10.16 |
오늘의 캘리그라피 : 친구야 고맙다 (22) | 2021.10.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