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반려견 태양과 고등학생 시절부터 찍어온 사진들을 이곳에 남겨볼까 한다. 요즘은 바이러스로 인해 사진을 찍으러 함께 어딘가를 가는 일이 없고 내 마음에 병이 생겨 카메라를 들고 밖을 나서는 일이 없어졌지만 내가 이 아이와 사랑이라는 것을 처음 배울 때 그 모든 것을 사진에 담아내고는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바닥에 누워서라도 담아내고 싶은 나의 작은 열정이 생각난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보다 사진에 최대한 너의 사랑을 담아보려고 했던 나를 너와 내가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
집 근처 산책을 하며 양이를 담았다. 원래 내 반려견 태양이는 바닥에 무언가가 깔려있어야 앉아 있는데 내가 사진을 찍을 때만 자리에 앉아서 나를 바라봐준다.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나를 쳐다봐주는 거 자체로 이미 사진을 찍는데 익숙해져 있다는 게 보인다. 그런 너를 찍을 때만 내 마음에서도 작은 사랑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만든 방구석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태양이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볼 때도 있다. 좁은 방에서 어떻게든 사진을 찍겠다며 조명도 설치하고 뒤에 배경도 만들고 의자를 펼쳐서 그 위를 덮고 그리고 태양이에게 옷을 입히고 있으면 태양이는 가끔 한숨을 푹 하고 내쉰다. 그럴 때 웃음이 나기도 하고 나를 맞춰주는 네가 너무 사랑스럽고 기쁘고 그렇다. 이제 할아버지가 된 내 반려견을 조금이라도 남겨놓고 싶었던 내 마음을 태양이가 알기라도 한 듯 역시 카메라를 쳐다봐준다. 그런 너에게 또 고맙다.
태양이의 성격과 가장 비슷한 사진이 아닐까 싶다. 말티즈 태양이는 시크하다. 뽀뽀도 안 해주고 가끔 손을 한번 정도만 핥아준다. 그럴 때는 나를 위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누군가를 핥아서 나쁜 기억이 있는 거 같다. 너는 왜 혓바닥을 아끼는 건지 가끔 물어보고 싶다. 빨리 세상이 발전해서 강아지 언어를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처음 강아지 스튜디오를 만들었을 때 양이를 담기에는 조금 안 맞았다. 하얀색 배경에 하얀색 강아지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내가 너를 잘 못 담는 건지 구분이 안 갔지만 그저 너를 놓고 카메라를 들었다는 거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하얀색 배경에서 하얀색 무언가를 잘 찍는 방법을 연구해서 너를 담아내고 싶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6월, 햇빛도 강하고 분명 적당한 날씨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반려견 태양이가 헥헥하지 않는다. 그러면 뭐 날씨는 괜찮았다고 보면 될까? 사진 속에서 너는 강한 빛 때문에 조금은 노란색 빛으로 물들었던 거 같다. 앞으로도 계속 너와 6월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계속 나는 너와 단 둘이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내가 잠 못 들 때 내 옆에 있어주는 너에게 나는 할 말이 많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곁을 지켜주는 너는 이미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거 같다. 사람은 말을 해야 알지만 내 옆에 있는 내 반려견은 말하지 않아도 나를 따라준다. 그게 어쩌면 제일 큰 위로가 아닐까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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