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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잘 알았기에
평소와 다르게 정신이 나갈 정도로 술을 마셨다. 달달한 술이 들어가지만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마셨다.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갖고 있는 고민거리도 걸리적거리는 상황과 답답한 마음도 사라질까 기대했다.
속이 상했다.
애써 넘겨봐도 떨리는 목소리가 내 상태를 짐작하게 했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얻었을 때 몇 년이라는 시간을 잃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알 고는 있었다.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내가 얻고자 하는 걸 도왔다. 근데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나를 잃더라도 얻고자 했다. 그런 나를 우연히 본 그가 말을 건넨다.
너는 너란 걸 알잖아. 나는 너를 너무나도 잘 알아서.
나답지 않게 지내는 걸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내가 얻고자 했던 걸 하늘은 쉽게 내어주지 않아서 나는 결국 주저앉아서 한참을 울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끔찍한 숙취에 시달리며 몸이 힘들어하니까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졌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지쳐서 하루를 버린다. 속이 편하지 않아서 먹지도 않았고 남은 술냄새가 반복되는 생활을 흩트렸다. 손가락 사이에 머리카락을 움켜쥐고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숨이 흘러나온다. 내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면 밤새 마신 술에 힘들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래, 술을 마셔서 지금 내가 힘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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