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불안감이 찾아온다. 우울함이 나를 먹어버리기 전에 나는 책상에 앉아서 붓펜과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종이에 생각나는 것들을 막 적기도 예쁘고 힘 있게 적기도 했다. 이렇게 캘리그래피를 적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나는 캘리그래피를 적으면서도 사실은 엄청 불안했다. 갑자기 넘쳐나는 눈물이 흘러내릴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글을 적었다. 그리고 계속 찾았던 내 불안의 이유를 더 이상 찾지 않기로 했다.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불안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항상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떠나길 바란다. 혼자만의 세상에 남겨지는 것이 외롭지만 얼마나 편할지 알고 있기에 가능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어느 한쪽에서 있는 작은 내 마음이 말하길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았으면 한다. 나를 떠난다는 건 내가 그 자리에 남아서 슬픔을 견뎌내야 하는 거 또한 알고 있기에 나는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날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를 떠나는 사람을 붙잡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붙잡아도 떠날 것이고 잡히더라도 더 이상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닐 거다. 불안한 나는 항상 먼저 떠나는 것을 선택했고 회피했다. 그렇지만 어쩌면 내가 떠나지 않았다면 그들과 계속 함께였을 수도 있을 거다. 내가 그들은 잡아주길 바랐다면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수 있다는 걸 나는 뒤늦게 알아버렸다.
태양이 있어도 내겐 어둠이 있다. 밝은 하늘과 햇빛이 부담스러워서 어느새 나는 밤을 더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고 가끔 보는 맑은 하늘에 감탄하고 하늘이 맑고 예쁘면 신기해보였다. 저녁에는 하늘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비가 내리면 하늘이 날 지켜보는 거 같고 눈이 내리면 하늘이 내게 선물한 거 같은 느낌으로 하늘에 있는 모든 것들을 바라봤다. 나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을 지켜볼 생각은 못했다.
내가 주변사람들을 지켜보지 못한 이유는 나를 보는 것도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라는 걸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이미 사랑이 채워져 있어서 자신을 사랑할 줄도 남을 사랑하기에도 충분하다. 과연 내가 정말 사랑할 수 있을지 그런 사랑에 대한 불안이 나에게 자리 잡았고 부족한 나 자신을 인정할 때 또 나는 스스로 안아보기도 한다. 나를 토닥토닥하면서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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