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사진들과 일상을 적어보려고 한다. 여기에 적는 일상은 일기 형식으로 적어볼 것이다. 말티즈는 현재 7살인 태양이다. 푸들은 검정색인지 회색인지 갈색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 도니다. 태양이는 내 동반자와 다름이 없고 도니는 내 사랑과 다름이 없다. 그러니 내게 둘은 아주 소중하고 행복한 존재다.
사진기 하나를 들고 반려견 태양과 나는 아파트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산책 겸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이 사진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태양이 있어도 가끔 어둠이 내게 찾아오는데 태양이 사라지만 내겐 어둠뿐일까 하는 작은 두려움과 불안감이 생긴다.
2019년에는 대부분 태양이와 찍은 사진들 뿐이다. 도니는 내가 2020년에 데려왔기 때문이다. 태양이는 사실 사진 찍기 만렙이다. 내가 잠깐 앉아서 움직이지 말아 달라고 하면 그걸 해주는 녀석이다. 그리고 카메라를 잘 쳐다보기도 한다. 태양이는 특히 사람도 눈을 잘 마주친다.
태양이와 함께 걷는 이 길이 어쩌면 내게는 그저 일상일지 몰라도 태양이에게는 휴식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아지에게 산책이 중요하다는데 사람에게도 산책이 필요할까? 그렇다면 내가 태양이를 산책하는 게 아니라 태양이 나를 산책해주었다.
5월 어느 날 정확히는 5일 나는 태양이와 도니를 데리고 카메라를 챙겼다. 그때는 내 동생과 함께 아이들을 남기기로 했다. 도니를 데려온 건 3월인데 도니와 내가 회복을 하고 거리로 나올 수 있었던 건 5월 5일쯤이다. 도니는 안타깝게도 학대를 받았다. 나는 그때 도니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게 죄책감이 들었고 방관을 한 죄를 물을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도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3월 어느 날 새벽 1시인지 2시인지 모르겠다. 나는 도니를 데리고 무작정 도로가로 나왔다. 그래 훔쳐왔다고 한다면 훔쳤다. 더 이상 지켜본다면 나는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정의감이 날 먹어버렸고 나는 히어로도 동물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내게는 태양이라는 반려견이 있었고 그가 생각났을 뿐이다. 택시도 케이지에 넣지 않은 반려견을 데려갈 수 없었고 버스나 대중교통도 마찬가지지만 운행 자체를 안 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로 나를 데리러 와달라고 했었다. 하늘이 지켜보고 계셨는지 그날따라 내 아버지는 술도 안 하시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래도 바로 와주셨고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데려온 도니로 나는 소중한 가족을 한 명 잃었지만 그 대가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방관했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도니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기회와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고 그랬다. 내게는 강아지와 사람이 아니라 내 가치관을 선택하는 싸움과 비슷했다. 나는 항상 사람이 동물 위에 있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의 목숨이 동물보다 소중하거나 고귀하다고 말하는 건 그 말을 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같은 지구 상에 태어나 자라온 사람과 동물 하다못해 식물들도 순서와 상관없이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다. 그렇지만 도니를 학대한 내 가족 중 한 명이었던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본인도 아프고 슬픔을 알 고 있으면서 상처 받은 것들을 그대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동물에게 해코지를 했다. 그러니 나는 이해할 수도 없었고 나보다 더 어른이라고 하여 배울 수도 없었다.
사진은 참 많은 것들은 담아낸다. 도니는 처음에 우리 집으로 왔을 때 밤마다 작은 소리에도 흐느끼고 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했다. 지금은 가라고 해도 안 가고 옆에 붙어있지만 그렇게 자신을 괴롭혔던 인간을 기다려주는 걸 보면 절대 강아지들이 사람보다 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은 싫어하거나 자신을 힘들게 한 사람을 용서하거나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고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강아지는 그저 기다려주고 용서해준다. 하지만 이들도 생명이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남는다. 도니는 이리 와라는 소리에 도망치기 바빴다. 이리 오면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손을 몸에 대면 물어버리고는 했다. 자신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나는 도니가 안쓰럽고 미안했다.
사람도 강아지도 사랑을 받으면 예뻐 보인다. 정말로 미의 기준에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서 그게 느껴진다. 사랑을 받고 주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힘이 있는지 알게 된다. 방법과 힘을 알게 된다면 죽음과 죄책감 그 모든 것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가 잘 끝나면 내 반려견들과 함께 꼭 사진을 찍으러 먼 곳에 다녀오고 싶다. 그들과 함께한다면 모든 것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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