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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DO_일상/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 : 바보처럼

by TAEYANGDONNY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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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 바보처럼

어느 날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꽤나 최근인 거 같다. 엄청 큰 소리로 모든 울분을 소리치듯이 통화를 하는 아줌마가 옆에서 나와 비슷한 발걸음으로 같은 곳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었다. 가끔은 내가 듣고 싶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되는 그런 날이 있는데 그날이 바로 그랬다. 그 아줌마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있어도 저기에 있어도 마음이 안 편해! 죽을 거 같다고. 어디에 있어도 지옥 같아. 마음 둘 곳이 없어 너무 힘들어." 이렇게 소리치듯 말했다. 그 아줌마는 알 고 있을까 그 말을 내가 들었다는 걸? 혹시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가. 안타깝지만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그저 내 아침을 방해받는 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계속 이 말이 맴돌았다.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만큼 계속 그 소리를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내 마음처럼 느껴지는 말들을 내뱉어버린 그 아줌마가 불쌍하기보다는 동질감이 느껴졌던 거 같다.  그렇지만 나는 내 반려견이 있는 공간에서 행복을 느끼고 게임을 하며 다른 세상에 잠시 다녀오기도 하는데 그 아줌마는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 기대를 갖고 있는 걸까. 사람이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한다는 거 자체가 아줌마는 아직 따듯해 보이기도 했다. 길을 지나다 보면 사람들이 변한다. 기뻤다가 우울했다가 아무렇지도 않았다가 화를 냈다가.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며 같은 사람이라도 다르다는 게 내 눈을 스쳐 지나갈 때면 나는 괜히 씁쓸해지고는 한다. 마치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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