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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DO_일상/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 : 모두의 기대

by TAEYANGDONNY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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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 모두의 기대가 당신을 다치게 했네요

일하다가 만난 언니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내 물음에 언니는 드라마틱한 날들을 보냈다고 했다. 그날들에서 언니에게는 아이가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뱃속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제일 먼저 언니에게 "아이는 잘 보내줬어요?"라고 물었다. 언니는 내게 "네. 잘 보내줬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어서 언니에게 "저는 언니가 주변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을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되네요. 절대 언니 잘 못이 아니에요."라고 하자 언니는 세상을 잃은 거처럼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시댁에서 기대를 많이 하셨거든요. 죄책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게 상처였어요."라며 마음을 표현했다. 그 말들을 들으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항상 내가 가진 모든 아픈 일에, 나 스스로 죄책감을 갖는 모든 일에는 주변 사람들이 가진 기대가 상처가 된다. 나를 돌봐줘야 할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상처가 난다. 그래서 나는 가질 수 있는 기대와 시댁에서 서운해할 마음에 당연하다고 할 수 없었다. 언니에게 도저히 시댁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납득시켜줄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그냥 언니가 걱정이 되었다. 언니는 내게 시간이 지나 괜찮아졌으니 시간이 더 지나면 더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주변인으로부터 받은 기대를 저버린 듯한 실망감과 그 속에서 생긴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다. 가끔 이런 인간관계를 볼 때면 많이 아쉽다. 아마 괜찮아지려면 덮어버려야 할 거다. '그래도 우리 시부모님인데 어쩌겠어.'이렇게 덤덤히 넘겨야 할 거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하고 싶다. 기대가 만든 상처라면 그건 기대가 가진 잘못도 아니고 그저 사람의 잘못이다. 기대를 하고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 기대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힌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말에 가려진 기대를 한 사람의 잘 못이다. 절대 내가 가진 기대로 사람을 상처 입히는 건 정당화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기대에 대한 실망은 오로지 본인이 가져가는 게 맞다. 그 마음을 상대에게 티 내고 입 밖으로 꺼내어 함께하고자 한다면 그건 정말 오만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조금은 화가 난 거 같다. 오늘은 그런 마음으로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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