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잘 통제한다. 내가 해야 할 일과 선택에 있어서는 엄청난 결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 말을 듣고 휘둘릴 만큼 나약하지도 않다. 그런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사람은 원래 불안한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날 상담해주는 사람도 내가 정상이라고 말한다. 일 년 동안 휴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나는 겉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의 감정을 마주하고 그 감정을 곱씹었다. 혹시 내가 조금은 잘 못한 게 있는가에 대해서 일주일은 고민하는 거 같다. 계속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벤치에 앉아서 펑펑 울고 싶지만 막상 앉으면 눈물이 안 난다. 오히려 주변을 둘러보니 따듯한 사랑이 느껴져 더 슬퍼지기만 했다. 오늘도 학교를 가는 길이 두려웠고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있었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노인도 임신한 사람도 아니고 가방을 멘 학생인데 갑자기 나를 손가락으로 찌르더니 앉으라고 한다. 그 사람은 건장한 남자분이셨는데 내가 "아니요 앉으세요"라고 하니까 그 사람이 한 번 더 내게 권했다. 많은 사람들 속 자리를 양보받으며 나는 이유모를 고마움을 전했고 그 남자는 흡족해 보였다. 도대체 뭐였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버스를 내리는데 안정감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남자가 내게 한 행동으로 이유모를 안정감을 얻었다. 불안장애 속 지쳐버린 나를 그가 발견한 걸까. 어쩌면 그는 본인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여자를 약자로 생각해서 내게 행동한 거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만 잠깐 동안 마주친 그의 눈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힘들어 보여요. 그러니 이번 버스에서는 앉아서 가세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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