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박 5일 모두 불행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행복 편을 쓸지는 잘 모르겠다.
결론은 강아지 데리고 게하 가지 말라는 소리다.
.
솔직한 후기를 올릴 거다.
나는 오늘 태양이를 지켜보면서
느영나영에서 밤을 새우다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가야 하니까 말이다.
나는 태양이와 둘이 제주 여행을 떠났다.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태양이가 다른 사람도 경험해 보고 예쁨도 받으며 나와 둘이 하는 가성비 여행에 동참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렇지만 나는 이때까지 몰랐다. 내가 이리도 속상하고 태양이가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강아지 동반이 가능하다고 해서 전화 예약 후 입금하고 제주로 바로 달려왔다. 제주시에서 서귀포. 운전을 못하는 나는 택시를 타고 서귀포에서 내려 느영나영을 방문했다. (택시비는 4만 5천 원 정도 나왔다!) 하나의 게하에서 5일 동안 머문 적은 없었지만 강아지인 태양이와 내가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접하면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느영나영에서 태양이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예쁨도 받고 내가 못 챙길 때는 다른 사람들이 챙겨줘서 나도 안심하고 하루를 잘 마치고는 했다. 그래. 그랬다. 마지막 밤. 새로운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는. 사실 느영나영 시설이나 장단점, 스텝들, 음식, 파티, 등을 적고 싶지만 이 후기는 내가 강아지를 데리고 게하를 이용한 후기에 가까울 거 같다. (진짜 강아지 데리고 게하 절대 가지 마세요!)
*나의 입장에서 서술한 개인적인 일과 경험이니 참고해 주시길!*
마지막 밤. 사건이 일어났다. 다른 게스트 분께서 갈치를 태양이에게 줬다. 나는 당황해서 물었다. "강아지한테 갈치를 주시는 건가요?" 그가 말했다. "얘 많이 먹었는데. 다코야키 위 데코 가다랑어포도 줬어요." 그의 말에 나는 놀랐다. 나는 최선을 다해 이성을 찾으려고 했다. 그 게스트 분 친구가 또 말한다. 제가 갈치 뼈와 새우 껍질을 바닥에 종이컵에 모아뒀는데 태양이가 그 종이컵을 통째로 가져갔어요. 그러자 다른 분이 그걸 빼앗었다고 말한다. 안 먹은 거 같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었다. 태양이는 분명 이전에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나는 태양이의 입에서 비린내를 맡았으니까. "네?" 나는 머릿속에 생기는 물음표와 무지한 상대를 이해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이상한 게 나는 분명 강아지 동반 가능 게하를 찾아 리뷰도 찾아보고 왔지만 사람들은 강아지 동반 가능한 게하인 줄 모른다고 답했다. (그래도 마지막 밤 전까지는 잘 지냈는데...💦)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밤 10시 태양이를 데리고 서귀포에서 제주까지 한 시간을 소요해서 병원에 갔다. 폰으로 강아지에게 갈치 급여를 하는 경우에 대해서 찾아보니 병원에 데려가라는 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태양이는 15살이다. 그런 태양이에게 상태를 지켜보고 응급처리를 시작하는 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준비를 하라는 말과 같았다. 그 게스트는 고의가 아니라고 했지만 무지하고 자신이 멍청한 것을 고의가 아닌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자. (그건 고의성보다 더 무서운 무지함이니...😓) 나보다 나이도 꽤나 많았지만 그는 어른스럽지 않았다. 다행히도 느영나영 초등학생 스텝의 도움으로 태양이를 무사히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정말 너무 감사했다...😭)
병원에서는 내게 선택권을 줬다. 의사는 이렇게 진찰했다. "강아지가 이 정도 나이면 심장이 매우 약합니다. 현재 심장이 커졌고 좋지는 않은 상태에서 구토유발은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염분 섭취와 혹시 모를 뼈를 먹었을지 모르는 부분으로 의심이 된다면 심장에 무리를 주더라고 구토유발을 권합니다. 추후 장염에 걸리거나 등 앞으로 생길 문제가 구토유발 후 겪을 부작용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보호자가 선택해 주세요."
아. 나의 안일함. 누굴 탓하리. 나의 탓. 자책감. (이 일을 아는 지인들은 내 탓이 아니라고 위로했지만 내 탓이라는 걸 알았다...😭) 모든 감정들이 밀려왔지만 덤덤하게 구토유발을 선택했다. 의사도 그걸 권하니까. 나에게는 힘이 없고 간절한 마음에 달려온 병원 안에서 의사의 말은 내게 동아줄과 다름없었다.
태양이는 노령견이다. 물론 나이를 먹은 거 치고는 엄청 정정하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시작된 노화들이 있다는 거다. 숙소로 돌아오니 거의 1시. 새벽 1시. 말을 들어보니 사건의 발단인 그들은 내가 간 후 술을 더 마시다가 잔다고 한다. 사람일까. (나는 그들을 끝까지 존중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나는 밤새 상관도 없는 사람들 고생하게 하면서 미안함과 고마움. 죄책과 자책을 오고 가며 불안에 떨었는데 그들은 술 먹다가 잔다. (진짜 사람이 맞는 걸까...?😡) 의심스럽다.
그들을 깨우려고 했다. 느영나영 사장님께서는 일어나서 해결하길 원하셨지만 나는 그들이 편안하게 자는 게 싫었다. 나는 밤새 할아버지 돌아가실까 봐. 전전긍긍. 지내야 하니까. 그리고 아침부터 그들을 보며 나를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숙박업을 하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싶으셨던 사장님께서는 여자 사장님과 통화를 해보라고 했다. (나도 내일 갈 게스트지만 숙박한 손님인데 나의 입장은 전혀 헤아려주시지는 않았다...😶)
느영나영 여자 사장님은 좋으신 분이다. 아침에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에게 강아지의 입장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동시에 나의 강아지까지도 고려한다는 걸 느끼게 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그들을 깨우기로 했다. 그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술을 먹었으니 아침에 해결하기를 제안하시며 중간에서 타협을 보았다. (예상외로 그들은 잘 일어났다고 한다.)
나는 그들을 깨우고 나온 병원비를 청구했다. 그들이 말하길. "내일 동물병원에 전화해 보고 저희도 판단해서 입금해 드릴게요.", "안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나의 골을 때리는 소리를 하는 그들을 어떻게 법적으로 처벌할까 잠깐 고민했다. 나는 나의 정서적 피해, 앞으로 있을 태양이의 건강 상태에 끼칠 영향, 그들과 엮일 복잡한 상황을 그들을 탓하며 지내고 적당한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어렵지 않을 걸 알아서. 그들은 내 재산을 해했다. (그래. 반려동물은 그렇게 취급하지.😡)
나는 그들을 그래도 존중했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들은 사람조차도 아니었지만 세상에 이런 사람들은 많으니까. (그나마 갈치뼈 모아두셨다가 태양이가 가져갔다는 분은 인간적인 부분은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인생에 그들을 끼여 조금도 더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내게 이랬다. "예뻐서 준 음식에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요. 저도 강아지를 키웠고 생선을 여러 번 줬지만 잘 살았어요. 입금은 하겠습니다. 19만 원."
갑자기 왜 입금을 바로 한다고 하냐고? 그들에게 물었으니까. 앞으로 나라는 사람과 엮일 거냐고. 아마 그들은 비교적 운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을 잊지는 않을 거다. 하늘이 그들에게 많은 재앙을 안겨주길 바랄 거다. 내게 가장 소중한 태양을 해친 벌을 내가 내릴지 그들이 인생을 살면서 직접 겪을지 정한 거다.
19만 원? 평소에 동물병원에 가면 기본 강아지 병원비가 그냥 넘는 게 5만 원이 넘는다. 내가 태양이에게 15년 동안 쓴 돈이 얼마일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돈보다 몇 배는 차이가 날 거다. 내가 이 녀석과 지낸 세월이 감히 돈으로 측정할 만큼 가벼울까. 그들과 돈으로 싸워서 돈을 버는 법. 내가 몰라서 안 할까?
아니. 안다. 나도 똑똑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 (귀찮게 살게 하는 거 전문이다...😊)
지금은. 지금은 그런 자잘한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우선 태양이를 살피기 위해 적당한 합리화 할 수 있는 보상을 받는 게 목적이라서 그들과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태양이 저버릴까 봐. 너무나도 불안하다.
아마 모든 게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해당 게하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근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혹시라도 반려인인 당신이 강아지를 데리고 게하에 가려고 검색을 해보다 내 글을 발견했다면 과감하게 접어라. (지인이 돈 벌어서 어디다 쓰냐고 펜션이나 호텔에서 머물라고 할 때 들었어야 했다...😭)
20대. 후반에 달려가며 소소한 여행을 즐기고 싶었던 여행 실패를 인정한다. 나의 판단. 실수. 실망감. 나 다시는 게하에 안 갈 거고 다시는 태양이를 다른 이와 쉽게 접하게 하지도 않을 거다. 이게 내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값진 부정적 경험이다.
모두 그렇지는 않다. 다만 존재하는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건 사고가 있겠지만 게하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불특정 한 사람들에게 나의 강아지의 생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나는 실제로 게하에서 태양이를 많이 애정하고 아껴주는 사람도 만났고 애가 싫다는데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만났다. 태양이가 인간들과 세상을 살아가야 할 반려견이라서 그런 경험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지만 의미? 개나 줘라. (그냥 곱게 안전하게 유난스럽게 키우세요!)
나의 가장 소중한 태양. 미안하다. 내가 부족해서.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기를 나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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