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사랑하는 너에게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너의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게 보여서 그런 너를 보며 드는 생각들을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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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전부였고 지금도 나의 대부분이라는 걸. 알고 있니?
너라는 반려견과 보낸 십 년이 넘는 시간에 나는 겁이 나기도 해. 현실에 실제로 있던 대상이 사라지는 날이 가까워질까 봐. 나는 그것이 두려워. 아마 나는 나약할 거야. 감당할 힘도 의지도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 최대한 내 곁에 오랜 시간 남아 있어 줬으면 좋겠어. 나는 아직 어리고 여려서 너라는 존재가 필요해.
보통 영생을 사는 사람들이 이야기에서 나올 때 그들은 사랑하지 않으려고 하잖아.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수명이 달라서 그들은 가장 아픈 죽음을 지켜봐야 했으니까.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 날이 올 거 같아. 내 삶의 남은 시간을 네게 줄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만큼 너를 사랑한단다.
그렇지만 네가 내 곁을 떠날 존재라고 해서 너와 보낸 모든 나날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아. 나는 네가 내 곁에 있어서 살 수 있었어. 오로지 나의 편을 들어주고 남아줘서 진심으로 너에게 고맙다.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이길 바라면서 지냈지만 부족했다는 걸 알아. 나의 부족함에 미안하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겠지만 20년을 사는 강아지도 있더라. 오래 살라는 건 아니야. 아프지 말고 적당히 살다가 세상을 마감해야 너도 나도 편하겠지. 나도 할머니가 된 후에는 적당히 살다가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어. 참 산다는 건 그래.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이라는 걸 너도 나도 알고 있으니까.
다만 삶에 집착하지 않는 나도 너의 마지막 순간에는 간절히 바랄지도 모른다. 내 간절한 마음이 너를 질질 끌며 못 살게 굴까 봐 나는 그것도 걱정이 돼. 참 걱정이 많지.
하여튼 태양아. 너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고 나를 지켜본 강아지고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준 아이기도 하고 여러 의미를 가진 반려견이야. 나도 네게 부족하지만 함께 생을 살아 다행인 인간 정도였으면 좋겠다.
그럼 이만 말을 줄일게.
사랑하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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