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여유가 없어도 내가 있으니까
상대방 마음속 여유가 없는 경우를 종종 본다. 마치 길에서 구걸하며 지내는 아이가 행인이 준 돈을 감사 인사조차 못하고 허겁지겁 챙겨서 지니고 가는 것과 같은 그런 사람을 본다. 그는 내게 흐트러진 마음을 보이고는 했다. 말 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그를 보며 나도 어찌할지 몰랐다. 거리를 두고 그를 지켜보거나 가까이 가서 살펴봐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그는 마치 회사에서 본 화분 속 나무와 같았다. 가까이서 봤을 땐 그냥 화분에 있는 나무였다. 저 멀리 있는 책상에 앉아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며 우연히 본 그 화분 속 나무는 천장에 꺾여버린 상태로 아래로 자라고 있었다. 그 화분은 그와 같았다. 마음속 여유가 좁아 나무가 자라지 못했다. 가지는 아래로 자라고 멀리서 바라보니 모양도 이상해 보였다. 좁은 공간에서 다 자라지 못한 그 화분은 더 넓고 높은 공간으로 옮겨서 위로 자랄 수 있도록 고정해 준다면 다시 나무는 굳이 아래로 자라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그가 마음의 공간을 넓히고 자신의 나무를 옮겨서 다시 자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은 나의 공간과 나무가 바르게 자라고 있으니 그의 나무가 아래로 자란다고 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다. 내가 있으니까. 나도 그럴 때가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감사 인사조차 못하고 허겁지겁 나를 챙겨서 지니고 가버릴 때가 있다. 나를 멀리서 보고 직접 화분도 옮기고 다시 물도 주고 햇빛도 보게 하면 내 마음속 나무가 잘 자라서 공기도 맑게 하고 그늘도 되어주고 비도 막아줄 거다. 그래서 그를 지금은 거리를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가 혹시라도 너무 늦게 알아차릴까 봐 은연중에 말은 했다. "마음속 여유가 없어 보여." 그런 마음을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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