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 공격하지 마. 방패가 망가졌어. 잠시 멈춰줄래. 총알을 다 써버렸어.

공격하지 마. 방패가 망가졌어.  잠시 멈춰줄래. 총알을 다 써버렸어.

캘리그라피

나는 공격을 받기 쉬운 사람인 거 같다. 그는 나를 공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도대체 내게 왜 공격을 하는 걸까? 항복을 하기로 했다. 지금 항복을 하는 내 마음의 빛깔은 노란색. 자세히 보면 물감을 잘 못 칠한 거처럼 보이는 하늘색. 그리고 그보다 채도가 낮은 파란색. 그래. 지금 나는 방패도 망가지고 총알도 다 써버려서 그가 공격을 멈추고 잠시 그만해 주길 바란다. 

 

사실 이건 내 마음에 전하는 메시지다. 나는 누군가 나를 공격해도 백기를 들지는 않았지만 대신 노란색 글씨를 적었다. 이건 나만의 항복하는 방법이랄까. 살면서 본 적이 없는 유난히 빛이 나는 파란색 꽃과 비슷하다. 그러니 공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빛을 잃지 말 것. 

 

비가 내리나? 하늘색 비가 내리다 꽃 위에 잘 못 칠해졌다. 어떻게 고여버렸네. 하지만 비도 빛이 난다. 그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방패도 망가졌고 총알도 없는데 빛과 물 그리고 양분만 있으면 유난히 빛이 나는 파란색 꽃은 잘 살 텐데. 설마 그 공격은 양분인 건가.

 

지금 내가 적어본 캘리그라피는 이런 마음을 끄적였다. 그러니까 내 마음의 빛깔은 유난히 빛이 나는 노란색. 자세히 보면 물감을 잘 못 칠한 거처럼 보이는 빛이 나는 비가 내리는 하늘색. 그리고 그보다 채도가 낮지만 빛과 물을 충분히 가진 꽃인 파란색. 그가 내게 준 공격을 양분으로 삼아 그 빛을 잃지 말 것. 

 

어떠한 반감도 다시 돌려준다는 보복도 갖지 말 것. 그저 그 빛을 잃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