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이유
나는 나도 모르게 가끔 사람을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 때가 있다. 장난도 무엇도 아닌 입으로 욕이 나갈 수 없을 때 나도 모르게 손을 위로 들어 가운데 손가락을 펼쳐 보인다. 그런 나를 보고 내가 웃기기도 하고 상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나를 미워하기도 한다. 내가 왜 가운데 손가락이 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향해 보이는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런데 요즘은 알 거 같다. 최근에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아이들을 한 명씩 만나봤다. 그중에 이 아이도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손만 들었다. 주변에는 상처로 보이지만 이미 굳은 피들이 나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욕을 날렸구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못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을 때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반응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내 행동이 잘 못된 거라는 것을 나도 알았지만 어떠한 변명조차도 못했다. 나는 꼭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잘못한 것을 알아. 그건 내가 잘 못한 거야.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 그렇지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걸 안 하면 내가 죽을 것만 같았어.라고 말이다. 알면서도 고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 이미 받은 상처가 굳어서 없어져 보일지 몰라도 나는 이미 내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욕을 하고 미워하고 싫어도 했지만 표현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지켜본 이 아이가 자신이 나쁘게 보일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게 손을 들어 올려 대신 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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