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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DO_일상/캘리그라피

네가 필요해 : 캘리그라피 독학 중...✍🏻

by TAEYANGDONNY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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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필요해

캘리그라피 일러스트 그리기 : 노란색과 초록색 빛이 나는 하늘...💭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무거운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더니 비를 내렸다. 피곤함이 쌓여 만든 피로가 축 늘어진 어깨 위에 올라있다. 부는 바람에 겉 옷 안으로 몸을 말아 넣고는 코를 훌쩍이다. 그와 주황색으로 물든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를 바라보는 건 좋은데 그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나쁜 마음이 드러나 가시가 선 노초리로 흘겨보았다. 나는 노란색 빛이 나는 하늘을 그는 초록색 빛이 나는 하늘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는 주먹을 쥐고 그의 가슴을 여러 번 두드린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보이더니 표정을 한 번 바꾼다. 멀어진 그는 퉁명스럽게 툭툭거리는 나를 마음에 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살짝 입을 내밀더니 내게 물었다. "왜 또 투정을 부리는 거야?"
 
그가 내게 순순하지 않다고 말하니 무언가를 들킨 것 마냥 자세를 고쳐서 앉았다. 어떤 핑계도 없이 두 손을 모아서 사과를 하고 날이 선 말들은 둥근 모양으로 변한다. 나는 변덕스럽고 떼를 쓰며 조르다가 고분고분하고 온순하게 변한다. 그는 나의 상태를 꼬집어낸다. 나는 그의 가슴을 엄지와 검지로 살을 비튼다. 그가 멍이 들었다며 다른데 없이 비튼다. 

네가 필요해 : 캘리그라피 독학 중...✍🏻

뭐지. 숨이 쉬어지는 기분. 그가 나를 방생한다. 나를 놓아준다. 마치 어린 새끼 고기를 강물에 놓아 보내고 더 자랄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이. 해방감. 구속과 억압에서 간격을 두고는 나와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니 그가 가진 억지스럽지 않은 여유에서 나는 그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나를 분석하게 둔 건 조심하지 못한 나의 잘못일까. 순간 그가 나를 읽지 못하는 잠시 조차도 그는 자세를 낮추기도, 내 손을 놓기도, 발걸음을 멈추기도, 힘으로 자유로이 하지 못하게 가두기도 하며 나라는 사람을 이리저리 생각해 준다는 게 느껴진다. 그가 지금 헌신과 절제를 넘나드는 동안 다시 알았다.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길 바랐다는 걸.
 
내가 어떤 모습과 어떤 사람이라도 상관없이 그가 인내하는 모습도 참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내는 모양도 그가 내게 필요한 이유라는 걸. 다만 그 모든 모습과 모양에는 나를 사랑하는 그가 있다는 걸.
 
무엇보다 그래, 이런 게 사랑이라는 걸 다시 알았다. 온전한 사랑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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