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받은 편지 그리고 뒤 늦은 답장 : 그녀에게 쓰는 글

엄마가 딸에게 : 너와 멀어진 뒤

나는 어릴 적 엄마와 아빠가 너무나도 바빴다. 엄마가 학교에 오는 일은 고등학교 때 딱 한번 있었는데 장애학생을 도와 큰 사건에 휘말린 내게 나의 엄마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학교에 온 엄마를 보고 아이들이 마마걸이라며 놀렸는데도 나는 그 소리가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엄마와 여러 사건들로 멀어지게 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엄마가 쓴 편지에 나는 답할 수도 손을 잡아줄 수도 없었던 내가 오늘 우연히 엄마가 내게 쓴 편지를 다시 읽어본다. 사실 엄마는 모른다. 내가 이 편지를 잘 받았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가 딸에게 : 너에게 미안하구나

엄마를 용서하는 방법에 대해서 꽤나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그 용서는 나를 위해서 하는 건데 나를 위한 용서조차 어렵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말하는 스님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마음을 온전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누군가를 용서하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끝내 지금까지도 그 용서를 하지 못했다. 글로 엄마가 쓴 편지를 다시 적어봐도 나는 그 긴 편지 속 어떠한 말로도 위로받지 못했다. 

딸이 엄마에게 : 그래 엄마 탓이야

나는 그녀의 딸로서 그녀의 행복을 바라야만 했다. 하늘에게 내가 벌을 받겠다고 했다. 태어나서 누군가를 원망해본 게 처음인데 그게 엄마라니 참 어이가 없었다. 바쁘고 물질적인 그녀였지만 내게는 젊고 친구 같은 닮고 싶은 그런 사람이기도 했기에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그 원망을 꾸역꾸역 담아내느라 답장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그 답장을 적어본다.

딸이 그리고 엄마가 : 아프고 멍들고 병든 마음

나는 그저 엄마 옆에 있고 싶었던 어린아이였다. 세상이 변하더라도 엄마를 미워할 수 조차 없었는데 행복을 바라면서도 저주하고 있으니 내 마음은 멍이 들고 병들었구나. 그녀에게 내가 답장을 전하지 못했던 이유는 시간이 너무 지나서도 있지만 서로가 입힌 상처가 너무나도 크고 아파서 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자주 내가 크면 이해할 거라고 하며 넘기는 일들이 많았다. 부모들이 착각하는 거 하나는 나이를 먹으면 이해할 거라는 거다. 나는 커서 엄마가 이해가 된다고 해도 이해 안 할 거다. 내 속에 있는 분노를 깨워서라도 절대 이해 못할 거다. 그러니 애초에 나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 못한 엄마는 뼈아픈 소리겠지만 아플 자격이 없다. 나는 이기적인 내가 불쌍하다.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내가 안타깝다.

엄마가 그리고 딸이 서로에게 하는 말 : 잠에 들 수가 없어

항상 엄마와 헤어지는 시간이 아쉽고 엄마가 내게 해주는 명품과 사치품들이 좋았고 엄마가 가진 돈이 곧 내 든든한 백인 거 같았다. 그렇지만 모든 일을 엄마는 금전적으로 풀어나갔다. 엄마에게 더 이상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왔을 때 엄마는 내게 모진 말을 퍼 부웠으며 실제로 많던 돈이 사라지니 부족한 거 같기도 했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되었다. 물론 그게 나와 그녀가 멀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잃었지만 물질적인 사랑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런 사랑을 하지 않기 위해 그녀를 보내줬다.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위치에서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이루며 살길 바라며 그녀가 내게 남긴 긴 편지 속 부분을 적고 답하며 한편으로는 미안함이 자리 잡는다.

나는 더이상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

상담사가 내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인데 정리한다는 게 가능한가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내게 엄마가 있던 자리가 없어서 빈자리가 생기지도 않고 가족도 정리가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뚝 떨어졌는데 상담사는 그런 나를 보고 "태도 씨가 정말로 어머니를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사람을 만나면 꼭 이별을 한다고 한다. 그 이별을 선택할 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존재가 사회에서 정해진 꼭 있어야 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가족과 같은 사이 말이다. 그리고 내가 그녀와 정말 선택할 수 없는 이별을 하게 되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엄마를 보면 토할 것만 같다.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욕심이 많았고 나는 그런 그녀 옆에서 더 병들어갈 수 없었다. 나도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조금은 무뎌진 지금 전해지지 못할 답을 보내본다.